2007년 10월 27일
20대가 사라졌다고?
#0.
20대가 사라졌다고들 한다. 더이상 20대는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사회의 변혁에 주체적인 입장으로 나서지도 못하게 되었다. 나이 조금 더 먹은 청소년일 뿐이고 상업적인 것에 쉽게 동요하는 충실한 소비자일 뿐이다. 더 이상 운동권이라는 존재가 대학생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20대에게 어떠한 희망을 거는 모습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나도 대한민국 20대로서, 내가 생각하는 20대와 운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한다.
#1.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면서 이미 20대는 예전의 20대가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요즘은 특히 대학생이라는 메리트도 사라져버렸다. 대학생의 사회참여, 투쟁을 통한 사회변혁, 말좋은 허상 뿐이지 누구도 개개인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학점, 토익, 공모전, 인턴, 자격증 등등의 스펙에다가 일정 부분의 특기도 갖춰야 성공할까 말까하는 세상에 진보가 어떻고 보수가 어떻고 입씨름하는 것도 사치다.
작년에 언젠가 아마 학생운동의 역사에 대해 배우는 날이었을 것이다. 사회운동을 한다는 사람을 만난적이 있다. 한 때 몸담았던 학보사 선배 인맥인데 지금은 시민단체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그랬다. 아무래도 새내기 애들이 데모나 시위현장에 나가기 싫어하니까 모시고 와서 이야기좀 들어보라는 의도 였던듯하다.
그래서 내가 물어봤다.
"80년대 90년대에는 그래도 대학생이라고 하면 어느정도 미래가 보장된 사람이니까 사회에 대한 참여나 투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사회적 분위기도 사회 지도층으로 생각해주는 분위기 였는데 지금 대학생들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습니까?"
그가 답하길
"그럴 때 일수록 더욱 활발히 참여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경쟁체제를 바꾸는 것도 결국 대학생의 힘이죠."
그땐 그말에 뭐라 할 수 없어서 "아~"하고 그냥 넘어갔다. 추상적인 말장난에 말린 것인지 저 말을 진짜라고 믿었던 내 멍청함 탓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어떻게요?"
말그대로 어떻게 그 사회를 건설할 것인가? 구체적인 방법론이라는 것을 마련해 두고 투쟁을 외치는 것인가?
그들이 말하는대로 민노당 찍으면 일자리가 팍팍 늘어날까? 한-미 FTA 반대하면 개개인의 안정된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나? 통일하면 모두 다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대학생 수천명이 광화문 네거리 점거하고 전경들 앞에서 뭐뭐 하라고 한다고 그게 계란으로 바위치는 만큼의 영향력이라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같은 대학생들도 등돌리고 있는 이마당에?
투쟁이고 운동이고 결국은 같은 학생들의 학생회비나 등록금을 통해나오는 교비를 걷어서 하는 것일텐데 어차피 저런 사안들로 백날 논리 싸움해봐야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논리가 100% 정의도 아니고 이해관계가 다르게 맞물려 있는 사람도 많은데 자신들의 생각에 사실을 끼워맞추고 변형하여 대자보 떡하니 붙여놓는다고 그 누구가 동조를 해줄 것인가 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결국 여론을 모으는 방법은 그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보수언론이 하는 그 것과 별로 달라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결론은 이 것이다. 20대는 20대 별로 다 다르다. 과연 운동권이 이 전부를 만족시킬 무언가를 생산해낼 역량이 되는가?
#2.
기자생활을 하면서 문화부 기획에 대해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20대만의 문화 특히 문화와 트렌드에 민감한 우리학교 학생들에는 어떤 문화가 있을까 몇날 몇일을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밴드부, 힙합동아리 이 것이 20대 문화인가?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 젊은이들과 교류하는 것? 새로운 패션을 연구하고 창출하는 것? 어느 것 하나 명확한 답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20대 만의 것'이 아니니까.
젊은층, 20대는 사회의 해방구라고 한다. 사회가 터부 시하는 것이나 차마 생각도 못해본 것을 시도해보는, 그래서 사회를 좀더 다원적이고 다변할 수 있게하는 대안을 생산해 내는 해방구말이다.
솔직한 말로 지금의 20대가, 대학생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긴 힘들다. 당장 대학 축제만 봐도 선배들이 하던 방식 그대로 답습해서 주점을 열거나 인기가수 초청해서 노래 한 번 듣는 것이 다이다. 20대 만의 문화, 20대만의 성향이란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소수였고 지금도 그 소수는 열심히 새로운 대안문화를 형성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수들은 언제 어디서 어느 계층이나 존재해왔다. 20대만의 문화라는 것이 원래 실체가 있었던 것인지 잘 판단이 안선다. 10대시절에도 원체 언론에서 '10대문화를 반영한다' 이러면서 청춘드라마를 만들어내도 내가 겪고있는 10대와는 또 다른 것이었으니까...
따라서 20대만의 문화가 없음을 걱정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묻고 싶다. 20대라는 것이 어느 한 특정 집단도 아니고 그 20대 내에서도 또 다른 수많은 20대가 있을 뿐, 20대 집단 전체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또 결과물이 없음을 질책아닌 질책하는 것도 참 웃긴일이다.
#3.
20대 입장으로 20대에 대한 비판이나 안타까움이 달가울리 없다. 끊임없는 자아비판을 통하고 '우리'문화를 탐구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아니, 그렇게해서 뭐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하지만 인생을 경쟁일로가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르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또 모른다. 어쩌면 지금 이 한심한 20대들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니까.(세상을 어떻게 왜 바꿔야 하는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20대가 사라졌다고? 난 동의하지 않는다. 단지 20대는 파편화되었을 뿐...
# by | 2007/10/27 13:48 | 사회 | 트랙백(2)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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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방을 왓는데 주절주절 궤변만 늘어놓고 갑니다. 링크 추가요~
저는 이미 링크 추가했네요 ㅎㅎ